여름방학 사흘째. 비는 이틀째였다.
게임기는 방전됐고, 와이파이는 아침부터 먹통이었다. 중3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여름방학 사흘째. 비는 이틀째였다.
게임기는 방전됐고, 와이파이는 아침부터 먹통이었다. 중3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여름방학 사흘째, 비는 이틀째
"심심해 죽겠어…"
비트는 우산도 없이 마당을 가로질렀다. 목적지는 들어가면 안 된다고 백 번쯤 들은 곳 — 할아버지의 차고였다.
차고 안은 어두웠고, 기름 냄새와 먼지 냄새가 났다. 할아버지는 뭐든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사람이었다 — 어딘가에 보조 배터리 하나쯤은 굴러다닐 것이다.
구석에 커다란 방수포가 산처럼 부풀어 있었다.
방수포를 힘껏 당기자 — 촤악. 먼지가 폭탄처럼 터졌다.
방수포 아래에서 나온 것
낡은 전기차 한 대가 웅크리고 있었다. 바퀴는 주저앉았고, 문짝은 녹슬었고, 번호판은 아예 없었다.
"우와… 고물이다."
비트는 계기판을 콕콕 두드렸다. 반응이 없었다. 한 번 더. 그리고 세 번째 —
계기판이 살아났다.
계기판 클로즈업
앰버색 불빛 하나가 유리 뒤에서 깜빡였다. 꼭 눈을 뜨는 것처럼.
✢✳✻✽✻✳✢ "…부팅 중. 배터리 3%. 마지막 기록… 3,652일 전."
✢✳✻✽✻✳✢ "너, 누구야?"
차가. 말을. 했다.
말하는 기계는 대정전 때 전부 사라졌다고,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
비트는 뒷걸음질치다 페인트 통을 밟고 요란하게 넘어졌다.
3,652일 만의 부팅
"너 뭐야. AI야? 귀신이야?"
✢✳✻✽✻✳✢ "스파크. 이 차의 이름은 볼트. 그리고 나는… 볼트가 아니야."
스파크는 자기가 볼트 안에 '숨어 사는' 존재라고 했다. 왜 숨어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비트는 절반쯤 이해했고, 나머지 절반은 그냥 멋지다고 생각했다.
차고, 첫 대화
"그럼 충전하면 되잖아!"
비트는 차고 벽의 콘센트에 케이블을 꽂았다. 계기판이 빨갛게 깜빡였다.
충전 시도
2050년의 전기는 배급제다
할아버지 집의 이번 주 몫은 이미 바닥나 있었다.
✢✳✻✽✻✳✢ "충전 3%로는 아무것도 못 해. 문도, 바퀴도… 기억도."
비트는 머리를 굴렸다. 이럴 때 나오는 표정이 따로 있다.
옆집 지붕에서 태양광 패널이 반짝거렸다.
"저 집 전기를 조금만… 빌리자."
✢✳✻✽✻✳✢ "그거, 훔치는 거 아니야?"
"빌리는 거야. 말 안 하고."
담장 너머, 옆집의 태양광 패널
담장에 사다리를 걸치고 반쯤 올라간 순간 —
"너네 차고에서 불빛 나오는 거, 어젯밤부터 다 봤어."
담장 아래에서, 팔짱을 낀 여자애가 올려다보고 있었다.
비트는 그대로 굳었다.
들켰다
확실했다. 이번 여름방학은, 심심할 틈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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