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2
"자, 처음부터. 저 차고에서 뭘 숨기고 있는데?"
"고양이. …고양이 키워."
"고양이가 헤드라이트를 켜?"
"…전기 고양이."
"거짓말이 그게 최선이야?"
비트는 직감했다. 이 사람은 못 이기는 상대다. 게임에서 첫 만남부터 못 이기는 상대는 둘 중 하나다 — 최종 보스거나, 동료거나.
여자애는 담장에 팔꿈치를 얹은 채 웃고 있었다. 옆집에 산다고 했다. 이름은 도트. 고등학교 1학년.
"한 살 위네. 누나라고 불러."
"…싫은데."
"지금은 봐준다. 급한 것부터 하자."
어차피 다 들킨 뒤였다. 비트는 차고 문을 열었다. 게임에서도 잠입에 실패하면 남는 건 정공법뿐이다.
"말하는 차? 야, 나 초등학생 아니거든."
도트가 코웃음을 친 순간 — 계기판이 스스로 깜빡였다.
✢✳✻✽✻✳✢ "…안녕?"
도트가 얼어붙었다. 삼 초. 사 초. 오 초.
도트가 이렇게 오래 조용한 것은 — 나중에 알게 되지만 — 일 년에 몇 번 없는 일이다.
"…이거 대박이잖아."
태세 전환은 빨랐다. 도트는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조건 셋. 하나 — 비밀 지켜줄게. 둘 — 우리 집 태양광 전기 나눠줄게. 셋 — 나도 껴."
"잠깐. 그건 조건이 아니라 통보…"
"받아들이는 게 좋을걸."
"나도 조건 있어. 누나라고 안 불러."
"그럼 전기도 없어."
"…협상 완료."
스파크가 끼어들었다.
✢✳✻✽✻✳✢ "찬성. 전기 가진 쪽이 갑이야."
"똑똑한 불빛이네."
도트는 삼십 분 만에 담장 너머로 케이블을 끌어왔다. 그 끝에 있는 것을 보고, 비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옥상 절반을 덮은 패널. 손으로 감은 코일. 폐배터리 여덟 개를 이어 붙인 저장고. 고1이 맨손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기 힘든 물건이었다.
"배급망에 안 잡혀. 내가 만든 거니까."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그리고 —
바퀴가, 잠깐, 움찔했다.
"방금 봤어?"
"봤어."
✢✳✻✽✻✳✢ "…내가 한 게 아니야. 볼트가 움직였어."
10년 만의 첫 움직임이었다.
10년 동안 죽어 있었던 게 아니라 — 10년 동안, 깨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같은 시각. 도시 반대편 — 불 꺼진 타워의 꼭대기.
차고로 돌아와, 도트가 장비를 챙기며 말했다.
"내일 또 올게. 충전은 오래 걸리니까."
"고마워… 누나."
"방금 뭐라 그랬어?"
"아무것도."
그리고 그 밤 — 아무도 모르는 사이, 구역 7의 밤하늘을 무언가가 소리 없이 가로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