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터널의 아침은 조용했다. 도시의 소음 대신, 빗물 떨어지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울렸다.
배터리 8%. 비트의 폰은 3%. 자매품이었다.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도트네서 자고 간다'고 보내. …우리 집, 어차피 나밖에 없어."
비트는 그 말에 담긴 뜻을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 "문제는 전기야. 리그는 집 마당에 있고, 여기엔 콘센트가 없어."
"…전기 구할 데는 한 군데 있긴 해. 내일 가자. 오늘은 숨을 데부터."
폐터널의 아침은 조용했다. 도시의 소음 대신, 빗물 떨어지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울렸다.
배터리 8%. 비트의 폰은 3%. 자매품이었다.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도트네서 자고 간다'고 보내. …우리 집, 어차피 나밖에 없어."
비트는 그 말에 담긴 뜻을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 "문제는 전기야. 리그는 집 마당에 있고, 여기엔 콘센트가 없어."
"…전기 구할 데는 한 군데 있긴 해. 내일 가자. 오늘은 숨을 데부터."
폐터널의 아침
도트가 안내한 곳은 도시 경계의 폐차장이었다.
"숲에 나뭇잎을 숨기는 거야. 죽은 차들 사이에, 죽은 척하는 차 한 대."
볼트가 고물 차들 사이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 — 멈췄다.
✢✳✻✽✻✳✢ "…여기 있는 차들, 전부 대정전 때 멈춘 거야."
수백 대의 차가, 십 년째 같은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볼트의 헤드라이트가 아주 조용히, 한 번 깜빡였다. 인사인지, 추모인지 — 아무도 묻지 않았다.
죽은 차들의 숲
그날 저녁, 계기판이 스스로 켜졌다.
✢✳✻✽✻✳✢ "…볼트가 뭔가 보여주고 싶대. 이번엔, 자기가 열겠대."
기억 모듈 — 두 번째 파편
이번 파편은 대정전보다 며칠 전이었다. 어느 지하 작업실. 공구 소리.
아빠의 손이 볼트의 어딘가에 작은 것을 밀어 넣고 있었다. 어디인지는 — 노이즈에 지워져 있었다.
"잘 들어. 네 안에 든 건 — 꺼진 도시를 다시 켤 수도, 영원히 꺼둘 수도 있어. 누가 쥐느냐에 달렸지."
"그래서 그리드 로드가 찾기 전에, 네가 품고 숨어야 해."
그리고 파편의 끝에서, 목소리가 낮아졌다.
"만약 누가 널 찾아내면… 시장의 '와트 아줌마'를 찾아가. 그 사람은 알아."
영상이 끊겼다.
아빠의 손
"와트 아줌마…? 아는 사람이야?"
"전기 시장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
✢✳✻✽✻✳✢ "…내 안에 뭐가 있는지, 나도 몰랐어. 십 년 동안 그걸 지키고 있었대. 나도 모르게."
셋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폐차장의 바람이 죽은 차들 사이를 지나갔다.
배터리 7%의 사치
밤이 깊었다. 비트의 폰은 꺼졌고, 내일 걱정은 내일의 것으로 미뤄졌다.
배터리 7%. 볼트는 그중 1%를, 아이들의 밤을 데우는 데 썼다.
가출 첫날 밤
주 1~2회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