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축전지는 텅 비었고, 배터리는 7%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 "나랑 볼트는 여기 있을게. 죽은 척하는 건 자신 있어."
"금방 올게."
폐차장을 나서는 두 사람의 뒤에서, 헤드라이트가 배웅하듯 한 번 깜빡였다.
아침. 축전지는 텅 비었고, 배터리는 7%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 "나랑 볼트는 여기 있을게. 죽은 척하는 건 자신 있어."
"금방 올게."
폐차장을 나서는 두 사람의 뒤에서, 헤드라이트가 배웅하듯 한 번 깜빡였다.
폐차장의 배웅
전기 시장은 도시의 그림자 밑에 있었다. 간판은 없고,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골목.
좌판마다 중고 배터리가 계급장처럼 쌓여 있었고, 천장에는 알전구가 별처럼 매달려 있었다. 도시가 어두워진 뒤로 — 사람들은 별을, 시장에서 봤다.
물 한 병이 0.3킬로와트시. 라면 한 봉지가 0.5. 여기서는 전기가 화폐였다.
"우와… 이런 데가 있었어?"
"조용히 해. 여기서 촌티 내면 바가지 써."
늦었다. 좌판 상인이 이미 웃고 있었다.
"학생, 충전 1킬로와트시에 물 두 병!"
"시세판엔 세 병인데요."
"…단골인 줄 몰라봤네."
전기가 화폐인 곳
시세판 옆 게시대에, 새 전단이 붙어 있었다.
수배 — 구형 백색 EV. 목격 신고 시 1,000kWh.
천 킬로와트시. 이 시장에서 반년은 먹고사는 값이었다.
전단 앞에서 누군가 휘파람을 불었다. 개조 킥보드에 한 발을 얹은, 비트 또래의 소년이었다.
"천 킬로와트시라. 이번 달 최고 대박이네."
소년은 전단을 한 장 뜯어 접더니, 비트와 눈이 마주쳤다.
"너도 사냥꾼이야?"
"아, 아니—"
"그 차, 구역 7에서 봤다는 소문이 있거든. 나 지금 거기 가는 길."
도트가 비트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소년이 등 뒤에서 소리쳤다.
"나는 줄! — 먼저 찾는 쪽이 임자야."
비트는 게임에서 이런 등장을 안다. 첫 만남에 이름부터 밝히는 상대는 둘 중 하나다. 아군이 되거나 — 마지막에 다시 만나거나.
수배 전단, 그리고 사냥꾼
시장 가장 안쪽, 전구가 제일 많이 달린 가게.
계산대 뒤에서, 은색 뽀글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가 두 사람을 올려다봤다. 안경알이 전구 빛에 하얗게 번쩍였다.
"…어라. 너, 태양이네 딸이구나."
"저희 아빠를 아세요?"
"알다마다. 이 시장 절반은 네 아빠가 고쳐준 걸로 돌아가."
전구가 가장 많은 가게
도트가 기억 조각 이야기를 꺼내자, 아줌마는 말없이 가게 문을 닫았다. 딸깍 — 간판 불이 꺼졌다.
"그 차를… 정말 깨웠니?"
셋은 한참을 이야기했다. 아줌마가 아는 것은 많지 않았지만, 전부 처음 듣는 것들이었다.
"네 아빠는 그걸 '심장'이라고 불렀어. 뭔지는 나도 못 봤다. 보여주질 않았으니까."
"잡혀간 사람들은 타워 지하로 가. …그리고 얘야, 산 채로 데려갔다는 건 — 필요해서야."
아빠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도트의 주먹이 떨렸다.
닫힌 문 안의 이야기
"저희… 전기가 필요해요."
"공짜는 없어. 시장 규칙이야."
아줌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계산대 밑에서 낡은 축전 팩을 꺼내 올렸다.
"선불로 주마. 대신 — 태양이네 공방에 가서 내 물건을 하나 찾아와. 십 년째 못 들어가고 있거든."
"공방은 잠겨 있어요. 여는 법은 아빠만 알았어요."
"열쇠는 네 아빠가 딸한테 남겼을 거다."
"저, 열쇠 같은 거 없는데요."
아줌마의 안경이 번쩍, 빛났다.
"있을 거야. 몰라서 그렇지."
선불과 조건
오래된 무전기, 그리고
아이들이 축전 팩을 안고 사라진 골목 끝을, 아줌마는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계산대 아래에서 — 오래된 무전기를 꺼냈다.
"…나야. 태양이의 차가 깨어났어."
무전기 너머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같은 시각 — 구역 7로 향하는 길 위에서, 개조 킥보드 한 대가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주 1~2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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